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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부 전선 이상 없다/에리히 마리아 레마르크 저/열린책들/2009년 11월 30일
책을 읽다가 눈물이 핑 도는 경우는 있었지만, 이번엔 달랐어요.
눈물이 멈추질 않아 글씨가 흐려졌고, 닦자마자 또 울어버려서 한 문장을 읽는 데도 시간이 오래 걸렸어요.
오른손으로는 책장을 넘기고, 왼손으로는 눈을 훔치면서 겨우 끝까지 읽었죠.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은, 죽은 전우의 장화를 탐내는 장면이었어요.
그게 너무도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는 전장의 현실이 무서웠습니다.
또, "즐겁기 위해서가 아니라 살기 위해서 농담한다"는 말도 머릿속을 떠나지 않아요.
파울이 휴가를 마치고 다시 전장으로 돌아가기 전, 침대에 누워 엄마를 부르며 울던 장면에서는
나도 모르게 같이 울었고, 마지막 문장을 읽고는 멍하니 눈물만 흘렸습니다.
전쟁.
저에게는 그냥 남의 일이었어요. 뉴스나 영화, 역사책 속 이야기.
전쟁이 벌어졌다는 소식이 들려와도 "아 그렇구나…" 하고 넘겼죠.
우크라이나 전쟁이 터졌을 때도 ‘진짜 전쟁이 아직도 일어나고 있구나’ 하는 충격은 있었지만,
그저 현실감 없는 화면 속 장면 같았어요.
하지만 이 책을 읽고 나니, 전쟁이 ‘진짜’로 느껴졌습니다.
처음에는 믿기 어려웠어요. 이 정도로 끔찍할 수 있을까? 하고요.
하지만 책을 덮기 전부터, 저는 진심으로 생각했어요.
"전쟁은 절대 다시 일어나선 안 된다."
허무하게 쓰러져가는 사람들. 사라지는 미래.
‘개인의 시선’에서 본 전쟁은 정말 너무나 암울했습니다.
그 전에는 전쟁을 말할 때도 감정이 없었는데,
지금은 누가 ‘전쟁’이라는 단어를 가볍게 말하면 파울이 떠오르며 우울해지는 사람이 되어버렸어요.
예전처럼 아무 감정 없이 지나치지 못해요.
파울은 왜 적군을 죽였을까요?
그가 살아남기 위해서였을까요?
그런데 사실, 전장에 발을 들여놓는 순간부터 그는 이미 죽어 있는 존재였던 것 같아요.
살아 있다는 감각이 아니라, 그저 ‘남아 있는 몸’이었달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