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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 김초엽 저 / 허블 / 2021
한때 대한민국에 SF 열풍을 불어온 김초엽 작가의 단편소설집을 오랜만에 다시금 꺼내 읽어보았다.
지금보다 어렸을 때에 이 책을 처음 접했을 때 새로운 단락을 맞이하여 희열과 행복을 느꼈던 것을 다시금 되새기기 위함이었다. 독자는 어쩌면 책의 첫 장을 폈을 때부터 절대적인 관객이 된다. 어떻게든 상상으로만 책의 인물들을 상상해본다. 상상은 정말이지 아름다운 행위인지라 나는 어렸을 때부터 책의 문장을 읽고 그것이 내 머릿속에서 이미지로 만들어지는 경험을 했다. 그것을 다른 사람들은 하지 않는다는 게 정말이지 이상할 정도로 내 상상력을 자극하는 책을 만나면 행복했다. 이토록 내가 모르던 세상을 이곳에 앉거나 서서 안전하게 펼쳐볼 수 있다는 것이 나에겐 큰 의미였던 것 같다. 등장인물들의 목소리부터 입고 있을 옷, 얼굴의 이목구비, 피부색, 머리카락 등을 상상하다 그들이 서 있는 공간과 그들의 시야를 생각해본다. 그들의 생각이 어떨지는 책의 독백으로 간파하고 작가의 세세한 문장이 나를 자신보다는 아래지만 등장인물보다는 절대적인 위에 있도록 군림하게 한다. 비록 나는 작가처럼 그들을 제한할 수 없지만 마음껏 그들을 상상하면서 움직이게 할 수 있다. 공상이라는 것은 그토록 지배적이고 환상적이며 소심하다.
SF는 말 그대로 미래의 과학기술을 상상하면서 쓴 소설의 장르로, 지금까지 인류의 과학기술을 한층 더 진보하게 만들어 대중들에게 미래를 꾸준히 상상하게 만들었다. 그렇게 영화와 드라마, 소설 등 다양한 매체로 이미 익숙해질대로 익숙해진 유토피아, 디스토피아, 아포칼립스, 우주와 같은 소재로 만든 이 소설이 이리도 극찬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나는 그것을 그리움이라고 칭하고 싶다. 자신에게 있었다 없어진 것을 원하여 생기는 감정으로, 미래를 이야기하는 소설에서는 잘 공감되지 못할 감정이다. 하지만 작가는 이를 현재의 우리에게 접목시켜 우리 인류가 지지리도 겪어왔던 상실, 아픔, 공포, 우울을 다양한 주제로 엮었다. 작가님의 상상력을 내가 따라갈 수 있으리라 생각하지 못할 정도로 대단한 소설들. 과학의 진보만을 바라보던 SF에서 감정을 자극하는 SF로 패러다임을 바꾼 소설. 나는 이 소설집의 모든 그리움이 그리 낯설지 않다. 다른 사람들도 그러한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