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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진 신세계
올더스 헉슬리 저/이덕형 역 | 문예출판사 | 2018년 03월 20일 | 원서 : Brave New World
불행의 반대는 행복이다. 하지만 무조건적인 행복을 위한 사회는 결국 조건적인 불행을 바탕으로 존재한다. 무조건이라는 것은 어떤 세상에서도 존재할 수 없기 때문이다. 세상은 결국 계급으로 나눠져 있으며 그것이 모두의 행복을 위함이라 하더라도 계급에 따른 박대는 계속 존재할 것이다. 그리고 그러한 감정을 받아들인 상대가 다시금 다른 사람에게 감정을 전염시키지 않도록 소마를 처방하는 것으로 틀어막는다. 어찌보면 완벽한 처사다. 정말로 행복한 세상을 만든 것 같다. 그렇지만 여전히 그 모든 과정, 전개, 그리고 이루어진 문명이 거북하게 느껴지는 것은 만약 하나라도 틀어진다면, 하나의 돌맹이로 파문이 일어난다면 어찌될 것인지 예감이 들기 때문이다.
인간의 행복을 위해 계급을 나누고 소마로 새어나오는 불만은 틀어막는 정책이 이미 안정화된 사회를 이 소설에서 보여준다. 나는 가끔 이 사회의 인물들을 보며 생각한다. 총통이라는 사람은 이 사회가 완성되어가는 과정을 다 지켜본 사람일테니 이 정도까지 만들어내려는 과정에서 얼마나 많은 부딪힘이 겪었을까 궁금했다. 그리고 그런 과거가 있기에 결국 지금은 체념이나 인정된 인물로 나오는 것이 아닐까. 사람은 지속적인 부정적인 자극을 접하면 익숙해지고 적응되어 한계선이 서서히 높아진다. 우리나라의 뉴스를 보면 그런 생각이 든다. 이제 더이상 사람이 죽는 건 놀랄 일이 아닌 것 같다는 생각. 그렇기에 이러한 사회가 결국 만들어진 게 아닐까 싶다. 자극만을 추구하여 더욱 큰 자극을 찾으려는 인간의 욕구를 완전히 만족시키고 불만이 나오지 않는 사회를 만들어 이 이상의 불행으로 가득 찬 사회가 나오지 않기를 바란 거라면? 그렇다면 그것은 인간을 인간으로 보는 것이 맞을까?
야만인이라고 칭호가 붙여져 이 문명세계로 들어온 순간부터 온 사람들의 시선을 마주해야 하는 존은 인문학을 알았다. 인문학이라는 것은 과연 무엇일까? 그것이 무엇이길래 이 소설은 작가인 올더스 헉슬리는 수많은 소설과 철학자들의 말을 인용한 것일까? 문명은 대체 무엇이라고 정의되어야 하며, 우리의 도덕과 윤리는 과연 보편적이고 절대적이며 일반적인 것으로 존재할 수 있는 것일까? 그 모든 변화를 이 소설의 인간들처럼 우리 또한 그렇게 받아들이고 있진 않을까? 많은 반성과 고민을 남긴 채 이 소설은 존의 한 선택으로 갑작스럽게 끝난다. 존의 모든 방황, 혼란을 안고 살아갈 남은 문명인들은 과연 어떻게 변화될까? 그 끝이 어떨지 고민해보는 것은 결국 우리의 선택으로 남았다. 문명이 만들어낸 문제를 존이 던지고 우리가 답해야 하는 때가 올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