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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공부의 위로
지음: 곽아람
출간: 민음사 2022년 3월 20일
공부의 위로는 서울대학교 고고미술사학과를 졸업한 곽아람 기자가 대학 생활 동안 들었던 20개의 교양 과목 위주의 수업을 1학년부터 4학년까지 순차적으로 엮어 소개하며 수업을 들으며 느낀 점과 수업과 엮인 경험을 이야기하는 책이다.
내가 이 책을 읽게 된 이유는 단순히 인터넷에서 바이럴 타는 것을 보았기 때문이다. ‘대학교를 졸업하기 전에 읽었으면 좋았을 책’, ‘입학을 앞 둔 예비 새내기들에게 추천하는 책’ 과 같은 내용으로 유행을 타고 있었다.
나는 예비 새내기는 아니지만, 1학년 1학기, 2학기 교양수업에서 각각 f학점을 하나씩 받았었기 때문에, 그리고 공부해야 할 동기를 찾고 있었기 때문에 관심이 갔다.
결국 책을 읽기 시작하는 것조차 귀찮아 어려운 책이 아님에도 연체일이 다 지나서야 완독할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 책을 막 다 읽은 시점에선, 이 책을 읽게 된 것이 큰 행운이라고 느껴질 정도로 내게 많은 가르침과 감동을 준 책이다.
무용한 일에 시간을 투자하고, 쓸모 없는 것을 배우리라 도전하고, 쓸데없어 보이는 일에 노력을 기울이는 것.
그것이 대학이라는 공간에서 젊은 우리가 누릴 수 있는 가장 큰 특권이자 가장 소중한 가치였다는 걸.
그 시절 무용해 보였던 수많은 수업들이 지금의 나를 어느 정도 ‘교양 있는 사람’으로 만들어주었다. (P.117)
공부는 쓸모 없는 것일까?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왜 공부를 해야 되는지, 왜 공부가 헛된 일이 아닌 것인지에 대해서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잘 모를 것이다.
공부는 그저 ‘해야만 하는 것’으로 남아있을 수도 있다. 왜 해야만 하는지도 모른 채 말이다.
쓸모 없는 것으로 쉽게 여겨지는 인문학 공부를 하던 저자가 고민하고 고민한 경험의 내용으로 나는 왜 공부를 해야 하는지에 대한 해답을 어느 정도 얻을 수 있었다.그저 막연하게만 느껴지던 공부의 필요성이 내게도 와닿게 되었다.
결국 공부는 잊기 위해 하는 것이었다는 허무를 통해서 오히려 마음이 편해졌다.
그 낡고 허름한 지상의 강의실에서 우리는 천상의 언어를 배우고 있었고, 그 언어는 대부분의 수강생들에게 삶의 잉여였지만 분명 ‘위안’이었다.
세상은 우리에게 ‘쓸모’를 요구하지만 유용한 것만이 반드시 의미 있지는 않으며 실용만이 답이 아니라는 그런, 위로. (p.306)
모든 내용을 잊어버렸을지라도, 배웠던 경험이 있었기 때문에 자만하지 않을 수 있고, 새로운 도전에 대해 두려움이 없을 수 있으며, 실패했던 경험으로 남을 위로할 수도 있다.
쓸모없다고 생각했던 모든 공부의 쓸모는 쓸모없다고 여겨졌다는 점에서 온다는 걸 이제는 이해할 수 있다.
저자는 스스로가 ‘토끼’가 아닌 ‘거북이’ 유형의 사람으로, 고지식한 성실성이 본인의 특장점이라는 걸 알았다고 한다.
늘 자만하고 후회하는 완전 ‘토끼’ 유형의 사람인 내게 그 내용은 크게 공감이 가지는 않았지만, 성실함을 동경해 왔기 때문에 존경스러웠다. 돌이켜보면 나도 좋은 성과를 이룬 것에 대해서는 성실하였었다는 것을 잊고 있었다.
전혀 다른 유형의 사람 같았던 ‘거북이’ 유형의 저자가 쓴 이 책을 통해 나에게 공부는 더 이상 수레바퀴 아래에 깔리게 하는 ‘두려움’이 아닌, 쓸모없음의 ‘위로’가 되었다.
공부를 ‘쓸모’를 위한 과제라고 생각해 어렵다고 느끼는 대학생들에게 권할 수 있는 책이다.
한 번도 공부를 제대로 접해보지 못한 나도 쉽게 읽고 공부가 주는 위로를 이해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