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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점의 시대, 우리나라의 책을 위한 방이 생겨난 날부터의 이야기

서점의 시대
글쓴이 하이데나3개월전

서점의 시대: 지성과 문화가 피어난 곳, 그 역사를 읽다

강성호 저 | 나무연필 | 2022년 10월 31일


현대에서 서점은 더 이상 사람들에게 그리 매력적인 장소는 아니다. 한 동네에서 20년을 살아온 나도 1년에 서점을 단 한 번도 가지 않은 적이 있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떤 사람들, 물론 나 또한 도서관이나 서점처럼 책이 즐비하며 산처럼 쌓여있는 곳 특유의 분위기와 냄새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런 사람들의 기억에 있는 서점은 어떤 곳이길래 그렇게 긍정적으로 남은 걸까. 그리고 서점은 어떻게 이런 곳으로 남은 걸까. 그 발자취를 천천히 따라서 간 사람이 남긴 책, 서점의 시대이다.


서점은 그 옛날 책방으로 시작한다. 책이 아주 귀했던 시절에는 책은 절대 사고팔 수 있는 잡화같은 게 아니었다. 집에 모셔두고 대대로 물려줄 귀한 물건이었다. 하지만 인쇄술이 발달하고 자본주의가 들어오며 사람들의 책에 대한 인식은 빠르게 변화했다. 우리가 여기서 봐야할 것은 서점이 어떻게 변화하여 여기까지 도달하게 되었는가 이다. 서점에 고서를 모셔두고 사람들이 값을 치르고 나가는 단순히 수동적인 서점은 점차 사람들이 몰려오고, 신간을 받아들이고, 진열하는 상점으로 거듭난다. 심지어는 옆에 인쇄 공장을 차려 서점만의 특유의 출판업까지 병행하기도 했다. 그렇게 출판된 책들은 다른 서점의 책과 교환하여 진열되기도 했다. 물론 전국을 돌아다니는 유통업이 발달되기 전의 이야기는 이렇다는 것이다.


이후, 식민지 시대에는 탄압을 받으며 새로운 국면이 펼쳐진다. 책을 만드는 것뿐만 아니라 계몽을 목적으로 서점을 늘려가기 시작한 것이다. 서점은 지식을 보관하는 곳이 아니라 퍼뜨리는 곳으로 인식이 변화한 것이다. 그때 쯤엔 우리나라 최초의 여성 서점인이 등장하기도 했다. 그렇게 탄압을 받으면서도 악착같이 살아남은 서점은 해방기가 도래하자마자 온갖 책들을 사들이고 파는 것에 몰두했다. 드디어 대한민국의 국민을 위한 책을 사고팔 수 있다는 생각에 서점들은 외국어를 공부할 수 있는 책, 한글에 대한 책, 기술에 대한 책, 사상에 대한 책 등 너무도 다양한 책들을 끌어모았다. 이때쯤 전문서점이 등장하기도 하였다. 그런 서점들은 이제 더 이상 없지만, 문학계의 권위자들을 배출할 수 있도록 지대한 영향을 끼친 곳으로 평가된다.


서점들은 이제 사람들을 끌어모을 수 있는 마케팅을 고민하기 시작한다. 지식을 품을 곳에서 사람을 어떻게 더 모을 수 있는지를 말이다. 그래서 서점은 점차 문화 복합적인, 거리의 기둥같은 곳으로 거듭나기 시작한다. 중형서점이 등장하고, 이윽고 대형서점까지 등장한다. 교보문고가 여기에 포함된다. 이러한 서점들의 발전들을 보니 우리의 오랜 친구이자 웬수이자, 그리고 늘 옆에서 존재하기도 하고 없어지기도 하며, 그리고 지금 이 순간을 사는 모든 사람들에게 익숙한 물건인 책을 다루는 것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책이라는 것이 어떤 사람에겐 인생의 전환점일 수도 있고, 혹은 사고팔 상품, 그것도 아니라면 지금 당장 쓸 것이 없어 쓰는 불쏘시개일 수도 있다. 한 글자가 모여 문장이 되고 문장이 모여 한 장이 되고 또 그 한 장이 모여 결국엔 한 권을 만들어 우리에게 내밀어지는 책들을 서점은 어떤 생각으로, 어떤 기준으로 모으게 되는 걸까. 그 옛날 만나지도 못했던 서점에 있던 사람들의 손때묻은 기대와 불안감, 그리고 지식에 대한 열망까지도 받아들여야 했던 책들이 생각난다. 그리고 그 책이 처음으로 만나 부드러운 손길로 서가 한쪽, 아니면 진열대의 가운데에 자리잡게 한 그 사람, 서점의 사람들이 생각난다. 아직 그 시대에서 살아가고 있지만 뒤늦게 돌아본 서점들의 시대는 마치 서가를 지나가다 보는 반가운 책등처럼 나에게서 돌아섰지만 내가 꺼내는 순간 펼쳐지기도 했다. 그 순간만을 기다렸다는 듯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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