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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유의 거래에 대하여: 책과 서점에 대한 단상
장 뤽 낭시 저 | 길 | 2016년 10월 31일
사유의 거래라는 것을 들어본 적이 있는지 모르겠다.
정말 어려운 말이지 않는가. 사유란 것은 무엇이고, 그것이 왜 책과 함께 나오는 단어가 되는지 모르겠다. 모르겠지만, 결국 우리는 인정하고 만다.
책이라는 것을 통해 우리는 인식의 성장을 이룰 수밖에 없다고. 이 책이 쓰여진 2005년을 생각해보면 책이라는 물체가 얼마나 숭상받을 시절인지 나는 알지 못한다. 하지만 이 책을 읽다가 길거리를 둘러보면 그런 생각이 든다. 나처럼 책이 아니라 스마트폰을 들어다 보는 사람들은 대체 무엇을 얻고 있는 것일까?
어떤 사진을 본 적이 있었다. 사람들이 홍대의 길거리를 걷는 평범한 옛날 사진이었다. 아마도 1990년대쯤 되어보였다. 내가 태어나기도 전의 모습이라 신기했을 뿐, 이내 흥미가 없어졌다. 하지만 단 한 사람의 말로 그 사진은 우리의 사유가 어디로 가는지 궁리하게 만들었다. 단 한 명도 폰을 보고 걷지 않는 그 사진의 사람들은 각자 자신들만의 인생을 위해 힘차게 앞을 보고 걸어가고 있었다. 우리는 그런 시절을 이제는 인터넷을 통해 무한정 공유하고 떠들고는 다시 뿔뿔이 흩어져 자신들만의 세상에 빠진다. 길거리에서 책을 쥐고 둘러봤을 때, 마치 스마트폰이 내미는 취사선택 가능한 정보들은 우리를 우물에 빠뜨리고, 우리는 올챙이 적 기억도 못하고 같은 내용만 개굴거리면서 재밌어하는 개구리처럼 느껴졌다. 그리고 다른 우물로 가서 또 개굴거리겠지.
그런 생각을 했다. 대체 책을 왜 읽어야 하는가. 책을 한평생 가까이 두고 싶어 전공도 이렇게 선택한 나는 여전히 책을 모르겠다. 사유라는 것도 모르겠다. 책이 무엇을 원하여 나한테 내밀어지는지 세상은 이제 어떤 책을 만들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책장을 넘길 때마다 책은 생명을 얻고 동시에 죽어버린다. 나의 시선에 닿지 않는 책장, 문장, 한 글자조차도 빠짐없이 죽고 다른 사람의 시선으로 다시금 살아난다. 그 내용은 나에게 그랬던 것처럼 같은 내용이지 않을 것이다. 책은 참 놀라운 것이어서, 사람마다 다른 내용으로 읽힌다. 단 한 번으로 완벽히 읽히는 존재는 아니기에 우리는 다시 읽고 책을 얻으려 한다. 그렇기에 읽을 때마다 재탄생하는 것은 내가 아니라 책이다. 저자와 독자의 사이에 존재하는 다리로만 보일 때도 있고, 책의 여백 한 조각에도 사람의 감정을 뒤흔들게 만드는 위대한 것으로도 보일 때가 있다.
그러니 다시금 책을 펼쳐서 읽어보자. 이번에도 다를 글자들을 생각하면서, 내 것으로 만들기 위해, 그렇게 하여 나라는 사람을 만들기 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