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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와 물거품
김청귤 저 | 안전가옥 | 2021년 05월 31일
무녀와 인어의 이야기라는 것을 보고 바로 ‘읽어야겠다.’라는 생각이 들었던 작품이었다. 최근에 무녀, 즉 무속에 대한 수업을 진행하는 교양으로부터 우리나라의 무속에 대해 한층 더 깊게 알게 되는 기회가 있었다. 한국이라는 나라에서 갖는 정들기도 하고 꺼림칙하기도 한 그 행위들의 근본은 기원, 소원 등 무언가를 바라는 것이다. 아프지 않고 오래오래, 부귀하게, 아이도 많이, 행복하게. 사람이 사람에게 바라는 것들을 모아놓으면 그런 것들이다.
오늘의 네가 내일은 좀 더 많이 웃기를. 어제의 네가 다친 상처가 오늘은 조금이라도 더 많이 아물었기를. 그런 것들을 소원하다가 욕심을 내버리는 사람들도 있다. 좀 더 있으면 내가 하고 싶은 걸 많이 할 수 있을텐데, 기어코 그것을 가지면 내가 더 높은 사람이 될 수 있을텐데, 하고 말이다. 물론 이것들은 자신만을 위한 생각이기도 하지만, 이것을 다른 사람을 위한다고 믿는 사람들도 분명히 존재한다.
그리고 이 책을 읽으면서 맹목적인 소원은 결국 그 소원을 비는 사람도, 소원의 대상자도 망가지고 힘들어진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작은 공간을 가득 자신들로만 채우는 인간들은 자연을 위대하다고 칭송하다가 지금에 와서는 통제할 무언가로 본다. 더 이상 소원을 빌 만큼 갖고 싶어하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자연이 없다면 인간은 무엇으로 살 수 있을까. 그리고 그 자연에서 사는 서로를 생각하지 않는다면 누가 나 자신을 위해줄까. 한 편의 로맨스로써 맹목적인 두 주인공을 보여주는 소설이었지만, 그 이면에는 이 지구에서 태어나 공동체의 구성원 중 하나로 살아가는 인간이라면 ‘위하다’라는 것이 대체 무엇인지 잘 알고 있어야겠다는 생각을 들게 하는 작품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