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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문장이 그렇게 이상한가요? : 내가 쓴 글, 내가 다듬는 법
김정선 저 | 유유 | 2016년 01월 24일
책은 크게 두 종류의 내용으로 나뉜다. 하나는 책의 저자가 독자들에게 도움이 될 팁들, 그러니까 문장을 정돈하는 데 참고사항이 될 정보와 수정 예시를 늘어놓는 부분이다. 책에 대한 내용을 전혀 모르고, 어렴풋히 극찬하는 추천사로 책을 접한 나는 이 내용이 책의 전문이리라 예상했고, 보기 좋게 틀렸다. 다른 한 내용이자, 책을 읽으며 일종의 별미이자 매력점처럼 자리잡은 내용은 바로 책을 쓰게 된 계기로 예상되는 일화다. 에세이 보다는 일종의 주인공 1인칭 시점 소설에 가까운 글이었다. 저자는 '함인주'라는 번역가의 글을 편집했다. 아니, 사실 크게 생각치는 않았다. 문장이 경직되고, 정돈되어 있어 기억에 남았을 뿐 함인주씨의 글을 단독으로 맡은 것은 아니었다. 정확한 상황은 모르겠으나, 다른 번역가들의 글도 편집했기에, 그 특징만 흐릿하게 남았을 뿐 저자는 깊이 생각치 않았다.
생각이 시작된 것은 한 메일이었다. 으레 감기에 시달리는 시기, 으슬으슬한 몸을 일으켜 확인한 메일이었다. 함인주씨는 문장을 잘 다듬어 주어 고맙다는 말과 함께 글을 다듬는 기준을 물어보았다.
발신인은 '내 문장을 그렇게까지 고쳐야 했습니까?' 하고 따지지 않고 '내 문장이 그렇게 이상한가요?'라고 물었다. 내 문장이 그렇게 '이상했나요'가 아니라 '이상한가요'라고 현재형으로 물은 것도 특이했다.
-본문 17쪽
특이하다. 그 문장을 써낸 발신인도, 문장의 현재형과 과거형을 알아챈 저자도.
머리말에서부터 매끄러운 문장에 설레던 마음은 이 첫 장을 보고 흔들린다. 당혹스러웠다. 기대하던 내용은 바로 다음장부터 시작하지만, 책의 오프닝이라고 볼 수 있는 작가의 말도, 해당 책에는 없지만 으레 존재하는 추천사도 끝이 나 목차를 넘겼건만. 첫번째 메일, 그 소제목에서 메일은 단발성으로 끝나지 않음을 알 수 있었다.
순진하거나 평범하게 생각할 수 있지만, 책의 내용이 문학 서적 근처에 꽂혀있을 지언정 그 사이에 꽂혀있지 않다는 이유로. 책의 내용을 실화라 믿어버렸다. 글에는 글쓴이의 생각이 묻어나기 마련이고, 깔끔하게 정돈되어 버벅임 없이 읽고 매끄럽게 이해되는 문장은 사람에 대한 믿음을 높여주었다. 후광효과겠지만, 어쨌든.
언어와 글이라 함은 어떤 의미를 가진 무의미한 것을 교환하는 것이다. 사회적 약속도 사회에 속한 이들에게나 유의미하다. 언어는 유의미하면서 무의미하다. 개나 고양이도 언어를 알아듣는다지만, 그것은 우리가 개의 으르렁거림이나 고양이의 골골송을 이해하는 형태와 유사한 깊이가 아닐까.
예컨대 언어에 있어 무의미와 유의미를 가르는 것은 맥락이다. 그 사람이 어느 사회에 속하고 문화에 속했는가. 그것이 언어가 귀에 들어가 뇌에 새겨지는가와 공기중에 퍼져 사라지는가를 가른다. 의사전달을 위해 탄생한 언어, 그 언어를 통해 인간의 사고는 규제되고 확장된다. 만들어지고 약속함에 있어 쓰임이 생기는 도구에, 능력이 제한되기도 한다니 재밌는 이야기다. 언어는 의사를 전달한다. 고로 정확한 의사전달과 효과적인 공감대 형성을 위해 단어선택은 물론이고 문장의 짜임, 나아가 문단과 문맥의 흐름이 중요해진다. 장편 소설을 읽거나, 단편 소설 중 반전 요소를 자랑하는 것을 읽어본 분들은 공감할 것이다. 작가들은 일상적인 문장을, 단순한 *다녀왔습니다.*를 때론 가슴 찢어지도록, 때론 식은땀이 흐르도록 만드는 사람들이다. 그렇기 위해서는 알고 있는 단어가 많아 정확한 단어를 택하는 것도 중요하나, 저자가 하는 일처럼 매끄럽고 알아듣기 편하도록 문장을 다듬는 것 역시 중요하다.
언어는 어디까지나 의사전달 도구다. 손잡이가 쓸 데 없이 거추장스러운 도끼는 무게중심이 어긋나거나, 사용할 때 팔이나 손목에 걸리는 부분이 생길 수 있다. 저자가 알려주는 요령은 그런 손잡이를 쓰기 좋게 다듬는 것 까지다. 적당한 그립감과 무게중심을 잡는 요령까지만, 효율좋게 쓰는 것만 알려준다.
이런 면에서 개인적으로 저자를 다소... 무심하고 무신경하다고 생각했다. 고작 글 하나 읽은 것으로 아는 체 하는 것이 우스운 꼴이기도 하나, 저자는 정말, 주로 다루는 글은 문학일 것이라고 생각되는데도. *사랑하다* 와 *사랑을 하다* 의 어감차이를 얕게만 다루고 넘긴다. 물론 글의 목적이 이런 다듬기의 요령에 맞춰져있어 그런 것이겠지만. 그럼에도 생각하게 된다. 어느 것이 좋은 문장인가.
강조하여 인물의 특성이나 감정을 강조하느냐, 독자에게 읽기 좋게 변환하느냐. 이 딜레마는 글 좀 건드린다는 사람들 모두에게 찾아오는 딜레마가 아닐까.
아, 뒤늦게야 덧붙이지만 '함인주'씨와 저자가 나눈 메일의 내용 역시 마음에 들었다. 카프카의 소설이 궁금해질뿐더러, 예의를 잘 갖추어 무게감 있으면서 상대와 본인의 의견을 존중하는 언어는 보면볼수록 절묘하지 않나. 그런 언어야말로 진정 배우고 싶었던 '여유'가 아닐까.
읽는데에 시간이 걸렸지만, 책 자체는 길지 않은데다가 적당한 순간에 끊는 소설은 흥미를 북돋운다. 개인적으로 학창시절 언어와 매체를 들은 분들께나 추천하고 싶다. 문장을 다듬기 위해서는 불필요한 중복 서술을 지우고 생략된 부분을 찾아야하는데, 필연적으로 문장의 구성성분 용어를 사용하기 때문에, 익숙치 않은 사람은 거부감을 거하게 느낄 수 있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