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의 도시들은 모두 제각각의 개성을 가지고 있다. 현대 기술이 발전될수록 도시는 커져가고, 사람들은 점차 몰리면서 여러가지 문제들을 앓고 있다. 그렇다면 이 많은 도시들의 근본은 어디일까? 한번쯤은 궁금했을 그 도시들을 들여다 볼 수 있는 책을 펼쳐보기로 했다. 총 3부로 나뉜 책은 각각 하나의 키워드로 얘기하자면 제국, 종교, 계획도시이다. 다들 한번씩은 들어봤을 도시부터 처음 들어본 도시들까지 다양하게 12가지를 꽉꽉 모아둔 책이다. 가장 흥미로웠던 것은 플라톤의 아틀란티스라는 전설의 도시와 성경에서 신에 의해 불태워진 소돔, 그리고 여전히 불가사의로 남아 관광객들을 모으고 있는 페루의 마추픽추였다.먼저 아틀란티스를 처음에 알게 된 까닭은 한 게임에서였다. 주인공이 플레이어로써 숨겨진 도시를 찾아 놀라운 능력을 가졌다고 전해지는 유물을 찾는다는 내용의 게임이다. 아직도 그 게임 시리즈를 사랑하는 한 명의 게임 유저로서 그 게임의 도입부에서 화려하게 등장하는 도시의 풍경은 정말 아틀란티스의 존재를 판타지적으로 믿고 싶을 정도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틀란티스는 계속되는 팽창욕구에 의해 신에게 벌을 받아 하루아침에 바다 속으로 사라졌다는 엔딩을 갖고 있다. 게임 속의 도시도 주인공의 마지막 선택에 의해 완전히 무너져 그 누구도 그 안에 들어갈 수 없어지고 도시의 존재를 아는 원주민들조차도 이주하게 되었다. 그런 끝을 왜 마주하게 만들었는지는 책에서 아주 세심하게 서술한다. 마냥 철학자로써의 플라톤만을 알고 있었던 내가 그에게 새로운 관점을 가지게 될 정도로 흥미로운 주장이었다.두번째로 소돔은 기독교에서 하나님이 동성애를 금지한다는 보수적인 기독교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결정적인 도시이다. 소돔인들은 천사를 자신의 집으로 들인 롯의 집을 찾아가 마구잡이로 그 천사들과의 성관계를 요구했다. 이에 롯은 차라리 자신의 딸 두 명은 내어줄테니 자신의 손님들은 건들지 말아달라는 부탁을 한다. 그리고 천사는 롯에게 이제 곧 이 도시는 신에 의해 불태워질 테니 도망가라는 말을 남긴다. 그에 롯과 그의 아내와 딸들은 짐을 들고 도시를 빠져나간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도시가 불태워지는 소리에 롯의 아내가 뒤를 돌아보고 말았고, 그녀는 그대로 소금기둥이 되어 죽어버렸다는 것으로 도시에 대한 이야기는 끝이 난다. 과연 이 이야기에서 기독교는 동성애가 정말 신에게 분노를 받을 행위라고 진심으로 생각하게 되는 걸까? 사실 동성애에 대해서는 제3자인 우리가 상관해야 할 것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당사자인 둘 사이의 인간관계를 왜 우리가 굳이 파고들어 해방을 놓는지, 그럴 수 있는 권리를 왜 신이 준다고 주장하는지, 그렇게 해서라도 동성애를 하는 사람들을 핍박하여 그들이 얻는 것이 대체 무엇인지 어느 하나 이해할 수 없기 때문이다. 단순히 자신과의 차이를 받아들이지 못해 떼를 쓰고 있는 것이라 생각하기도 한다. 그럼 이 책의 저자는 어떻게 소돔의 멸망을 바라보았을까? 솔직히 나는 그의 이야기가 참 맘에 들었다.마지막으로는 마추픽추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세계 7대 불가사의에 들어가는 그 도시는 페루의 높은 산맥에 자리한 돌로 만들어진 도시로, 특유의 건설방법으로 오랜 시간 그 자리를 지켜왔다. 하지만 현재는 수많은 관광객들로 인해 50년만에 그 시간을 견뎌온 유적들이 버티지 못하고 무너져내리고 있다고 한다. 세계 유네스코 유산에 등재된 귀중한 과거의 일부분으로 존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산맥에서 오랜 시간 동안 방치되어 와 거기에 살았던 사람들이 어떻게 되었는지, 어떻게 살았는지, 무슨 일이 있었는지 전혀 모르는 신비의 도시라니. 살면서 한 번은 꼭 가보고 싶을 정도로 판타지적인 이야기다.이렇게 단 3가지만을 뽑아 생각을 정리해봤는데도 무수히 많은 이야기를 쏟아낼 수 있을 정도로 도시와 그 안의 사람들의 이야기는 역사 시간에 배웠던 것보다 더욱 흥미로웠다. 아마 그때의 역사는 그저 연도에 따라서만 움직이게 만들었다면, 이 책은 연도에 상관없이 지도에 찍힌 12개의 도시를 이리저리 가보며 가이드의 말을 경청하는 재밌는 경험으로 만든다. 한번쯤은 과거에서 가장 오래된 과거로의 여행을 해보는 건 어떨까.
대전이라는 도시에서 생각나는 것을 말해보라고 하면 당연히 성심당이 생각난다. 우리 한남대학교가 있는 곳, 대전. 이 친숙하고도 익숙한 지역이 그대로 소설에 쓰여지는 것을 읽는 것은 처음이지 않나 싶었다. 이런 상황이 올 것이라고 전혀 생각지도 못했는데, 서프라이즈를 당한 것처럼 대전이라는 단어에 화들짝 놀랐다. 시작부터 친근감을 100% 끌어낸 이 소설은 옛날 느낌이 물씬 나는 비디오 가게 한 곳에서 시작한다. 일명 '돈 아저씨'라고 불리는 비디오 가게의 주인 아저씨는 주인공인 '진솔'에게 다양한 영화를 보여주며 시야를 넓혀주고, 책을 읽고 난 이후의 진솔의 마음을 알아주는 어른이었다. 그런 소중한 기억을 통하여 진솔은 방송 피디가 되어 꿈을 이루었다. 하지만 전체적인 기획을 했던 프로그램의 스포트라이트를 메인피디에게 다 뺏긴 후 팽 당해버린 진솔은 돈 아저씨를 찾아나서기로 한다. 바로 유튜브에 영상을 올리는 것으로 말이다.시작은 미약하지만 끝은 창대...하지는 않고 그럭저럭 해피엔딩이다. 이런 소설의 끝이 늘 그렇듯 주인공의 성장을 이루어내니까 말이다. 모든 일들이 다 풀리고 진실을 알게 되면서 느끼는 그런 희열감을 잔잔한 폭풍처럼 느끼게 하는 필체였다. 이러한 소설이 어떻게 나올 수 있었는지, 설마 정말로 작가 본인의 경험이 들어가 있는것인지 궁금했지만 일단 넣어두기로 하였다. 돈키호테라는 등장인물이 계속 소설을 읽으면서도 책을 덮고 나서도 계속 떠올랐기 때문이다.돈키호테는 거론이 될 때마다 열정적인 광기에 물들어진 노인의 이미지가 강하다. 그래서 셰익스피어의 소설인 햄릿의 주인공, 햄릿의 우유부단함과 비교되는 인물이기도 하다. 이러한 특징 때문에 돈키호테는 한 가지에만 몰두하고 저돌적이며 맹신하는 인물로 평가된다. 그러나 상상 속의 공주인 둘시네아를 구하기 위해 풍차를 괴물로 착각하여 돌진하는 용기와 책임감, 그리고 기사도 또한 돈키호테라는 인물을 평가하는 데 중요하게 보는 요소이다. 이러한 돈키호테의 특성은 '돈 아저씨'에게도 그리고 주인공인 '진솔'에게도 보인다. 큰 스포일러는 하지 않겠지만 진정한 돈키호테를 찾는 그런 소설은 아니라는 것을 알려주고 싶다. 돈키호테는 그저 등장인물들 간의 관계 변화를 보여줄 뿐, 가장 중요한 것은 어릴 적의 인물들이 지금까지 어떠한 성장과 변화를 이루어냈는지를 보여준다. 도시가 변화하는 것과 더불어 사람도 변해간다. 그것이 옛날 비디오 가게의 추억을 위한 유튜브 채널이라는 것에서 잘 보여준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언제나 매순간 선택을 할 수밖에 없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그것조차 선택으로 치부되어 전개가 되는 세계, 그것이 바로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이다. 나비효과라는 유명한 말이 있다. 나비의 날갯짓이 폭풍을 부른다는 뜻이다. 그것이 어떻게 되는지는 모르겠지만, 작은 일이 마지막에 가서는 커다란 사건을 만들어내는 과정이 있다는 것이다. 이 책에서도 그렇다. 현재는 거의 쓰지 않는 작은 성냥 하나로 우리는 불을 어디서나 피울 수 있게 되면서 화약을 마음대로 쓸 수 있게 되었으며, 그것은 총을 발사하는 데 쓰이다가 결국엔 제2차 세계대전으로 번지면서 지금을 만들어냈다. 작은 성냥 하나도 어떻게 만들어졌는지부터 그것으로 인한 사건들을 약 3개의 주제로 나누어 그림과 함께 이해하기 쉽도록 설명한 역사책이라 할 수 있겠다. 성냥과 버섯구름이라길래 전쟁사를 중심으로 서술한 줄 알았으나, 생각보다 다양한 분야로 뻗어나가면서 현재의 이야기로 돌아오는 방식이었다. 항상 세계적인 쟁점으로 논의되는 수에즈, 파나마운하와 예루살렘을 둔 중동간의 갈등, 소말리아 해적, 고래사냥, 그것도 아니라면 박물관의 그림까지. 세계적으로 말이 많은 뉴스를 책으로 이해하기도 하고 일상에서 사소한 역사적인 이야기를 접할 수 있어서 쏠쏠한 재미가 있는 책이었다. 이러한 책들이 점점 늘어나 사람들이 역사를 더이상 방대한 산으로만 여기지 않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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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 #메트로폴리탄 메트로폴리탄은 미국의 미술관으로, 아주 유명하다. 거대한 건물이 수많은 소장품들로 가득 차 있고, 사람들이 드나들고, 흥미로운 행사들을 개최하는 곳. 그곳의 조용하게 사람들의 뒤편, 구석탱이의 자리에서 미술을 즐기거나 무시하거나 흥미로워하는 그 모든 사람들을 주시하는 사람이 있다. 바로 경비원이다. 경비원인 주인공은 한 사건을 통해 이 미술관에 흘러들어오게 되었다. 박물관이자 미술관으로서 미국 시민들 혹은 수많은 전세계인들에게 예술을 선사하는 이곳에서 주인공은 이 그림이 어떤 계기로 그려졌는지를 알게 될 정도로 긴 시간을 보낸다. 수많은 사람들이 스쳐지나갈 이곳에서 침묵의 근무를 하는 그는 평온함을 느끼게 된다. 뛰면 안되고, 소란스럽게 떠들어도 안되는 이곳은 상상, 망상, 명상과 같이 생각(想)이란 생각은 모조리 다 할 수 있기에 주인공의 근무는 대체로 평온하다. 가끔씩 뛰어들어오는 아이들, 흥미로움을 담아 손을 뻗는 사람들만 아니라면 말이다. 거대한 이곳에서 주인공은 자신의 형이 죽은 것에 대해 애도를 한다. 예술은 대부분 창작자의 관점에서 아름다운 것, 위대한 것, 그것도 아니라면 일상에서 아주 평범한 것, 그럼에도 우리의 눈에 들어올 만한 것이 오랜 시간 남게 된다.주인공은 그러한 예술의 흔적들을 들여다보며 자신의 인생을 생각해본다. 형은 주인공의 인생에서 큰 부분을 차지했고, 항상 대단한 사람으로 보였다. 하지만 그런 형이 무너진 것은 순식간이었고, 하물며 그가 떠난 날은 주인공의 결혼식 날이었다. 슬픔과 행복이 혼란스럽게 뭉쳐져 있을 그날에서 형보다 더 오래 살게 된 동생인 그는 이 미술관으로 와 이미 지나온 과거를 지켜보기로 한다. 그런 그는 같은 경비원인 동료들, 자신에게 우물쭈물 작품에 대하여 말을 걸어보는 사람들, 그리고 마침내 만나게 된 새로운 생명인 자신의 자식을 만나며 그 여정을 담담하게 받아들인다. 마치 우리가 하루를 어김없이 똑같이 보내는 것처럼 말이다. 이러한 하루는 많이 쌓일 것이고, 대부분은 우리에게 잊힐 것이다. 하지만 미술관 곳곳에 전시된 그것은 새로움보다는 우리의 일생을 말하기도 한다. 이미 지나온 것을 붙잡기 보다는 이처럼 비슷할 내일을 노래하기도 한다. 그럼에도 우리의 과거를 받아들이도록 아름답게, 최대한 눈부시게 만들어준다. 미술관이라는 공간에서 팔짱을 끼고 뚜벅뚜벅 걸어서 복도를 넘나드는 사람보다는 꼭꼭 씹어서 넘기는 어린아이처럼, 입을 벌린 것을 몰라서 멍청해 보이더라도 눈만큼은 작품에 고정된 사람으로 미술을 마주하고 싶어졌다.